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의 열쇠를 풀었다.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았던 이 시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발생 1시간여 이후 침실에서 나왔고, 최순실 회의를 거쳐 오후 4시33분께 중대본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는 황당한 발언이 나오기까지 그날의 행적을 쫓아 본다.
■30분이 지나서야 침실 안 박근혜에 사고소식 전달 ‘우여곡절’
28일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 2014년 4월16일 박 전 대통령은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시간30분이 지난 오전 10시30분께까지 청와대 관저 침실에 있었다. 그 시간까지 침실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수면 중(?)이 아니였을지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우선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당시로 돌아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는 오전 9시19분께 언론사 TV속보를 통해 세월호 사고 발생을 알게 된다. 이후 오전 9시24분께 청와대 발송시스템을 이용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위기관리센터 실무자들은 해경 상황실을 통해 오전 9시22분~31분께 선박명칭·승선인원·출항시간·배의 크기 등을 파악했고, 9시42분께에는 구조세력 동원 현황, 9시54분께 구조 인원수를 파악했다.
9시57분께에는 '구조된 인원 56명이 사고지점 북쪽 4마일 거리에 위치한 서거차도로 이동할 예정'이라는 사실까지 확인한 뒤 이 사건 상황보고서 1보의 초안이 완성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 1보 보고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약 30분이 걸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월호의 골든타임은 그대로 날려버리게 된다.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발동동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 위민3관 2층에 있는 국가안보실장 사무실에서 상황보고서 1보의 초안을 전달받고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으로부터 전화로 보고를 받았다.
이후 김장수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사고 내용을 보고하려 하였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지금 대통령에게 세월호 관련 상황보고서 1보가 올라갈 예정이니 대통령에게 보고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 뒤, 신 전 센터장에게 상황보고서 1보를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신 전 센터장은 이에 따라 오전 10시12분께 상황보고서 1보를 완성한 후 전령 업무를 담당하던 상황병에게 상황보고서 1보를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상황병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관저 인수문까지 뛰어갔으며, 오전 10시19분께 관저 근무 경호관을 통해 내실 근무자인 김모씨에게 보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김모씨는 별도의 구두 전달 없이 박 전 대통령의 침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보고서를 올려두는 것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아마도 박 전 대통령에 보고하는 지침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직 청와대 조리장 A 씨는 한 매체를 통해 “‘지진이 나도 새벽에는 윗선, 즉 박대통령에게 바로 보고하지 말고 아침 몇 시에 보고하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아무튼 결국 안봉근 전 비서관이 승용차를 이용해 관저로 간 후 내실로 들어가 침실 앞에서 수회 대통령을 불렀으며, 박 전 대통령은 그 소리를 듣고서야 침실 밖으로 나왔다. 이처럼 세월호 사고가 발생해 최초 신고가 이뤄진 이날 오전 8시56분께에서 1시간30분이 지난 후에야 첫 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침실나온 박근혜 “그래요?”...
안 전 비서관은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합니다"라고 보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말한 후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이후 오전 10시22분께 김장수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 객실, 엔진실 등을 철저히 수색하여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오후 들어 최순실씨가 청와대에 들어오자 관련 회의를 열었다.
이후 최순실씨는 이날 오후 2시15분께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때 최씨의 방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은 미리 관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최씨의 이날 관저 방문은 박 전 대통령과과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일정으로 알려진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오후 4시33분께 관저를 출발해 오후 5시15분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함께 중대본에 도착했다.
그러나 중대본에서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는 등 상황 파악을 못한 발언을 하고는 오후 6시께 관저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