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사지마비 환자로 연기하다 보험금 3억을 타내고 21억 소송에서 들통난 ‘황당 모녀’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보험설계사 모친의 계략으로 시작된 10년간의 사기 대장정(?)은 결국 결정적 단서 하나로 딱 걸리게 되었는데... 완전범죄는 없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알아봤다.
■검거전까지 불꽃연기...“너무 하네”
지난 2018년 1월 23일 사지마비 환자인 30대 여성 A(36)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멀쩡히 걸어온 그녀는 혼자가 아니였다. 그녀의 모친 B(65) 씨와 그녀의 남자친구 C(33) 씨도 함께 붙잡혔다. 죄명은 A 씨와 모친 B 씨는 ‘사기·사기 미수’, 남자친구 C 씨는 ‘사기방조’ 였다. 이 혐의에 대해 이들은 쉽사리 인정하지 않았다. 검거 전까지 불꽃연기를 펼치며 범죄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의 결정적 단서 하나가 제시되자, 결국 고개를 떨구며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모친은 “내가 딸을 그렇게 만들었다”며 “이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10년 사기 대장정 첫 시작
이들의 사기 대장정(?)은 무려 10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5살 꽃다운 나이였던 A씨는 그해 4월 친구의 승용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 그러다 크지않는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 내부에 구멍이 생기면서 신경을 손상시키는 ‘척수 공동증’ 진단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때. A씨는 보험설계사 모친 B 씨에 사실을 알리게 된다. 딸의 소식을 들은 B 씨는 불현듯 아찔하고도 기막힌 생각 하나가 스친다. 딸인 A씨에게는 신통한 보험 하나가 들어 있었던 것. 보험은 ‘사지 마비 후유장애’ 진단을 받을 시 억대의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조건이었고, 이에 모친 B 씨는 딸 A씨에 은밀한 제안하나를 하게 된다. “너가 만약 사지마비가 된다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 3억을 벌수 있어”라고 말이다. 그야말로 악마의 유혹이다. 그러나 이 유혹에 A 씨는 그대로 넘거가게 된다. 결국 멀쩡한 20대 여성 A 씨는 척수 공동증으로 인해 나타난 강직 증상을 사지 마비 증상인 것처럼 행세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던 ‘사지마비 후유장애’라는 진단을 결국 받아낸다. 그러고는 약 10년간을 수도권 병원 무려 14곳을 옮겨 다니면서 사지마비 환자 행세를 했다. 그 결과 보험금 3억 원을 손 안에 넣게 된다.
■완전범죄 기회 놓치다?
이들 모녀의 범죄 행각은 여기서 그쳤었다면 완전범죄가 됐을까.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투고(2 GO)'를 외친다. A와 B 씨는 말한다. “10년간 고생한게 얼만데 겨우 3억에 만족할 수 없었다”고. 결국 이들은 가짜 보험금 3억 원의 무려 7배가 넘는 21억 원의 보험 몰이에 박차를 가한다. 추가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법적 소송까지 진행한 것. 그러나 보험사는 수상적은 느낌을 감지한다. A 씨가 받은 진단 ‘상세불명의 사지 마비’는 두 팔과 두 다리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마비 증상(장애 1급)로 걷는 것은 물론 독립적인 동작을 할 수 없다. 그러나 A 씨는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했고 사지마비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보험사는 인과간계가 없다며 소송(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법원에 내 역공을 펼친다. 이에 두 모녀는 반소를 제기하며 맞불을 놓게된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귀신이라도 본 줄”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결국 이들 모녀의 10년간의 사기행각은 병원에서 딱 걸리게 된다. 그간 이들 모녀는 병원서 사지마비 행세를 해야해 철저히 단속에 단속을 부쳐 불안속에서 살아야 했다. 평상시 모친 B 씨는 자신이 병원서 마시지를 받는다는 핑계로 옷을 벗고 있다는 등 낮 시간에는 항상 침대에 커튼을 치고 있었다. 이에 의사고 간호사고 마음대로 못오게 통제를 하며 살았다.
그러던 중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때였다. A 씨는 불이 꺼진 깜감한 밤. 갑작스럽게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화장실을 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깜깜한 밤이고 인적은 없었다. 이에 눈치를 보며 두 발로 성큼성큼 내딛여 화장실 쪽을 향하게 된다. 다행히도 이 모습은 주변에서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모습을 멀찌감치 보고 있었던 간호사가 있었다. 바로 CCTV를 통해서다. 이 모습을 본 간호사는 10년만에 처음으로 걷는 A 씨의 모습에 “귀신이라도 본 줄 알았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자친구가 아니라 왠수?
결국 간호사는 이 사실을 병원 기록부에 기재하며 사실이 들통날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러나 이때 또 한 명이 나서 그들의 사기를 돕고자 했다. 바로 A 씨의 남자친구 C 씨다. C 씨는 자신이 A 씨의 사촌오빠라고 말하면서 그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큰 소리를 치게 된다. 결국 이 내용은 삭제되지 않았고 담당 의사까지 영상을 확인하게 된다. 의사는 이 영상을 보고는 “사지 마비 환자가 절대 아니다. 나도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렇게 발각된 A 씨의 일탈 아닌 일탈은 그들 범죄의 중요한 단서를 남기게 됐다. 또한 경찰 조사결과 C 씨의 휴대폰에는 A 씨가 멀쩡히 두 다리를 이용해 그네를 타고 있는 모습까지 담겨 있어 또 한 번 놀라움을 전했다. 또 C 씨의 원룸 건물 현관에서도 A 씨가 손에 상자를 든 채 개폐 스위치를 발로 번쩍 누르는 모습이 CCTV에 찍혀 있어 이제는 더 이상 ‘사지 마비’의 ‘사’라도 말 할 수 없게 됐다.
